대연동에 위치한 부산 문화회관 앞 골목길(석포로 126번길)을 따라가다 보면 발걸음을 멈춰 서게 만드는 공간이 나온다. 보물창고 안 오렌지색을 띠고 있는 물건들이 이국적인듯하지만 추억이 담긴 손때가 묻어있다. 발걸음을 옮겨 가며 창문 밖에 어슬렁거리는 순간 마주하고 있는 올리브그린 빛 공간이 또 눈에 들어선다.
질서 있는 듯 없는 듯 걸려져 있는 포스터, 수북이 쌓인 책장, 여행 가면 꼭 하나씩 사 올 법한 냉장고 자석들이 빽빽이 놓여있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계획하에 찾은 아이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상용품에서 벗어나 그 공간에서 전체의 연출을 위한 오브제로서의 상징적인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미장센(mise-en-scène)에 매료되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골목길을 따라 마주하고 있는 두 공간은 더 뮤지컬, 더 클래식이라고 불리는 드림 원정대 이상훈 대표의 안식처이자 일터이다. 그가 24년간 1,285개 도시를 여행하며 615편의 오페라, 클래식,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고, 590차례의 전시회와 137개의 도서관과 서점에 대한 기록과 흔적이 겹겹이 쌓여있다. ‘작업실'이라고 부르는 그의 공간은 현재 ‘아트 컨시어지(Art Concierge)'라는 이름으로 지속해서 대학 강의, 아트 투어, 도시 문화 개발 자문,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 한정판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기도 한다. 수집품 저장소를 초월해 사람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공간, 세계 문화의 융합이 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재해석된 오브제들은 어떤 이에겐 노스탤지어가 될 수 있고 다른 이에겐 새로운 여정에 대한 기대와 꿈일 수도 있겠다. 수집에 대한 열망은 내가 거기에 있었다는 것(I was there)에 대한 기록과 증거가 되고 물리적 접촉을 통해 경험의 회상을 돕는 원동력이 된다. 그 힘으로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간다. 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물건을 수집하는 그의 실험적인 시도가 지식을 저장하고 생산해 내는 공간으로 표현된다. 그의 호기심이 가득한 방은 세계를 이해하려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분더캄머(wunderkammer)[1]이며 아이템을 찾고, 구매하고, 정리하고, 저장하는 큐레이팅의 가장 기본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방랑자의 소우주와 고유한 정신세계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개인 컬렉션에서 더 나아가 지식을 수집하는 노력은 도시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소위 랜드마크(landmark)라고 불리는 공간은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공연장(오페라 하우스, 콘서트홀, 축제극장) 등으로 각 도시의 문화를 대표하는 시그니처(signature)가 있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관계를 맺는 독특한 방법이 있듯 건축물은 건축가의 철학과 사회구성원의 상호작용으로 태어난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스며드는 특유의 향, 빛, 소리가 있고 그 안을 온기로 채우는 사람들이 있다. 건축예술의 역사와 압도되는 전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공간이 주는 아우라는 나보다 더 큰 지식의 방대함과 동시에 아직 모르는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상기시켜 준다. 그리고 그 현장을 지켜본 여행자와 카메라의 시선이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다.
그가 찍은 사진들은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 자아 세계의 영감과 표현이다. 한 해의 대부분을 유목민적인 생활을 하면서 쌓였던 풍부한 감수성은 화려하고 낭만적인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Wanderer Fantasy)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그의 열정이 미적으로 기교적인 예술작품이 아니라 기억을 소환해 내는 잔여물과 메타포(metaphors)로 이루어져 있어 소소한 사진첩을 넘기는 정서에 더 가깝다. 또한 바닥부터 천장까지 배치한 프레임은 문화 커뮤니티의 시작이었던 프랑스 살롱(Salon) 문화를 재현하고 토론과 담론을 이끄는 토대를 만들어 준다.
대연동 작업실이 현실의 나와 세상 저 너머 모를 도시와의 매개 역할을 하듯, 세계 문화공간은 독립된 각각의 요소들을 연결하고, 서로 만날 수 있도록 교류를 시도한다. 선택된 오브제들이 작업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 배치되면서 이야기의 맥락을 이어나가고 역사와 시대를 통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는 그가 걸어왔던 여정을 따라가며 새로운 길을 여는 지도를 제작하고 그의 경이로운 방 안으로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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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더캄머(wunderkammer): ‘놀라운 것들의 방'이라는 독일어로, 박물관과 미술관의 시초가 되는 개념이다.
워킹하우스뉴욕 부산 전시장
워킹하우스뉴욕 부산 교환 전시
워킹하우스뉴욕은 인터랙티브 터치 이미지 제작 툴인 쇼메이트(폴라쇼)와 협업해 관객과 소통하고 전시 이해력을 높였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오페라, 콘서트, 그리고 뮤지엄에 관한 내용과 영상을 확인해보세요.
<워킹하우스뉴욕 부산 전시장>
https://pola-show.co.kr/popup/wh_busan03/
<워킹하우스뉴욕 부산 교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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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메이트 : 개발없이 쉽고 빠르게 터치 웹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솔루션 (https://showmate.tools/)
* 폴라쇼 : 한 장의 슬라이드 위에 원하는 콘텐츠를 마음껏 담아 터치하여 볼 수 있는 앱 (https://www.pola-show.co.kr/)
Dream Traveler's Wanderer Fantasy
시그니처 문화공간: 드림 트레블러의 방랑자 환상곡
Date
11월 9일, 2021년 - 4월 15일, 2022년
Nov 9th, 2021 - Apr 15th, 2022
Hours
화요일 - 토요일 / 오전 10 - 오후 6시 / 일, 월 휴관
Tue - Sat / 10am -6pm / Sun, Mon Closed
Visit
부산시 수영구 좌수영로 125번길 14-3 올리브센터 1, 2층
14-3 Olive Center, Jwasuyeong-ro 125 beon-gil, Suyeong-gu, Busan
Contact
walkinghousenewyork@gmail.com
051-759-8186
무료 관람
About
대연동에 위치한 부산 문화회관 앞 골목길(석포로 126번길)을 따라가다 보면 발걸음을 멈춰 서게 만드는 공간이 나온다. 보물창고 안 오렌지색을 띠고 있는 물건들이 이국적인듯하지만 추억이 담긴 손때가 묻어있다. 발걸음을 옮겨 가며 창문 밖에 어슬렁거리는 순간 마주하고 있는 올리브그린 빛 공간이 또 눈에 들어선다.
질서 있는 듯 없는 듯 걸려져 있는 포스터, 수북이 쌓인 책장, 여행 가면 꼭 하나씩 사 올 법한 냉장고 자석들이 빽빽이 놓여있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우연이 아니라 의도된 계획하에 찾은 아이템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상용품에서 벗어나 그 공간에서 전체의 연출을 위한 오브제로서의 상징적인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 미장센(mise-en-scène)에 매료되어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골목길을 따라 마주하고 있는 두 공간은 더 뮤지컬, 더 클래식이라고 불리는 드림 원정대 이상훈 대표의 안식처이자 일터이다. 그가 24년간 1,285개 도시를 여행하며 615편의 오페라, 클래식, 뮤지컬 공연을 관람하고, 590차례의 전시회와 137개의 도서관과 서점에 대한 기록과 흔적이 겹겹이 쌓여있다. ‘작업실'이라고 부르는 그의 공간은 현재 ‘아트 컨시어지(Art Concierge)'라는 이름으로 지속해서 대학 강의, 아트 투어, 도시 문화 개발 자문,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 한정판 클래식 공연을 감상하기도 한다. 수집품 저장소를 초월해 사람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공간, 세계 문화의 융합이 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재해석된 오브제들은 어떤 이에겐 노스탤지어가 될 수 있고 다른 이에겐 새로운 여정에 대한 기대와 꿈일 수도 있겠다. 수집에 대한 열망은 내가 거기에 있었다는 것(I was there)에 대한 기록과 증거가 되고 물리적 접촉을 통해 경험의 회상을 돕는 원동력이 된다. 그 힘으로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간다. 나 자신에게 의미 있는 물건을 수집하는 그의 실험적인 시도가 지식을 저장하고 생산해 내는 공간으로 표현된다. 그의 호기심이 가득한 방은 세계를 이해하려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분더캄머(wunderkammer)[1]이며 아이템을 찾고, 구매하고, 정리하고, 저장하는 큐레이팅의 가장 기본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그 방랑자의 소우주와 고유한 정신세계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개인 컬렉션에서 더 나아가 지식을 수집하는 노력은 도시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소위 랜드마크(landmark)라고 불리는 공간은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공연장(오페라 하우스, 콘서트홀, 축제극장) 등으로 각 도시의 문화를 대표하는 시그니처(signature)가 있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관계를 맺는 독특한 방법이 있듯 건축물은 건축가의 철학과 사회구성원의 상호작용으로 태어난다.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스며드는 특유의 향, 빛, 소리가 있고 그 안을 온기로 채우는 사람들이 있다. 건축예술의 역사와 압도되는 전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공간이 주는 아우라는 나보다 더 큰 지식의 방대함과 동시에 아직 모르는 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상기시켜 준다. 그리고 그 현장을 지켜본 여행자와 카메라의 시선이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다.
그가 찍은 사진들은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 자아 세계의 영감과 표현이다. 한 해의 대부분을 유목민적인 생활을 하면서 쌓였던 풍부한 감수성은 화려하고 낭만적인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Wanderer Fantasy)을 연상케 한다. 하지만 그의 열정이 미적으로 기교적인 예술작품이 아니라 기억을 소환해 내는 잔여물과 메타포(metaphors)로 이루어져 있어 소소한 사진첩을 넘기는 정서에 더 가깝다. 또한 바닥부터 천장까지 배치한 프레임은 문화 커뮤니티의 시작이었던 프랑스 살롱(Salon) 문화를 재현하고 토론과 담론을 이끄는 토대를 만들어 준다.
대연동 작업실이 현실의 나와 세상 저 너머 모를 도시와의 매개 역할을 하듯, 세계 문화공간은 독립된 각각의 요소들을 연결하고, 서로 만날 수 있도록 교류를 시도한다. 선택된 오브제들이 작업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 배치되면서 이야기의 맥락을 이어나가고 역사와 시대를 통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우리는 그가 걸어왔던 여정을 따라가며 새로운 길을 여는 지도를 제작하고 그의 경이로운 방 안으로 들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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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더캄머(wunderkammer): ‘놀라운 것들의 방'이라는 독일어로, 박물관과 미술관의 시초가 되는 개념이다.
수이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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